집행인 (1096, 설치 작품)
구리님 익샨 타로 커미션 백업
네 이름은 제목 (예술작품 이그제큐터와 관람객 시안)
이번 이야기에서 관람객은 시안입니다. 시안은 이그제큐터라는 작품을 만나기 전까지 그저 평온한 상태였어요. 굴곡도, 위기도, 불안도 없습니다. 휴일의 시간을 보내기 위해 외출했을 뿐이에요. 이 외출에서 바란 것이 있다면 그저 친구나, 친구에게 말할 수 있는 즐거운 일을 만나고 싶다는 것뿐입니다.
시안은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릴 정도로 북적이는 전시장에 갔습니다. 그 안에서도 가장 인기가 많은, 사람들이 서서 도저히 떠나가질 않는 한 작품에 도달해요. 이 전시장은 조용하고 넓은데도 그 작품만은 화제가 되어 있습니다. 시안은 그 분위기를 낯설다고 생각하면서도 궁금함에 사람들이 떠나기만을 기다리며 그 근처를 맴돕니다. 도대체 뭐길래 그렇게 보고 있는 건지. 조용히 다른 작품들을 다 보고 마지막으로 그걸 보기로 했어요.
이그제큐터는 복합 예술 작품이에요. 설치미술이라 봐도 괜찮아요. 정적인 이 전시관에서 유일하게 생명을 가진 것처럼 움직이죠. 그것은 인간을 닮은 형태를 했고. 이름처럼 계속해서 무엇인가 하고 있어요. 도끼를 내려치는 나무꾼처럼 뭔가를 계속 잘라냅니다. 어찌 보면 처형과도 같아 보이는 그 행위를 반복하는 사명을 가지고 태어난 작품입니다. 하지만 그걸로 끝이 아니에요. 이그제큐터에게는 또다른 지표가 있습니다. 관객과 대화를 할 수는 없지만, 따로 존재하는 모니터에 그가 가진 메모리와 시선, 그리고 생각이 출력되고 있어요. 관객은 일방적으로 그 정보를 봅니다. 이그제큐터가 '잘라내는' 동안, 모니터에 보여지는 그의 메모리-기억도 하나씩 사라져가는 연출입니다. 이 작품은 하루마다 계속 리셋되는 메모리 안에서 그것을 잘라내는 일을 반복하고 있는 거예요. 이그제큐터는 그 사실을 인식하지만 서글퍼합니다. 그 또한 정해진 몇가지 문장으로 출력됩니다. 어느 소리도, 불평 불만도 없이, 이 존재는 계속 움직입니다.
시안은 이그제큐터를 보고 크게 동요합니다. 단순히 움직이기만 하는 게 아니라는 것도 그렇지만, 이 존재의 표현법 자체가 놀라웠어요. 표정 하나 없는 이 작품의 모니터가 관객에게 말을 거는 것만 같습니다. 그리고 시안은 그 말을 듣고 해석했던 거죠. 나름의 방식으로요. 이 작품-아니, 이그제큐터라는 '자아'가 정말 존재한다면, 자신은 그걸 훔쳐 달아나고 싶다고도 생각합니다. 그가 만약 이 작품에 갇혀 같은 행위를 반복하게 된 거라면, 영원한 집행으로 스스로를 깎아낼 운명이라면... 그런 판단을 한 거죠. 시안은 이 순간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사회, 인간, 감정 등 분야가 어느 것이든, 이를 통해 그 정의가 바뀌는 것만 같다고 느꼈어요. 이를테면 이것을 인간이라 불러도 될까. 그런 거죠.
훔쳐 달아나고 싶다고 생각한다고 했죠. 할 수 있다면 이 작품을 가져와 다른 몸과 환경을 주고 싶다는 마음입니다. 그정도의 생각을 한다면 이그제큐터는 인공지능이나 자율 프로그램을 활용한 것이었는지도 모르겠어요. 이런 일이 가능한지, 자신이 새롭게 움직이게 할 수 있는지를 생각해봅니다. 비록 그 순간에는 전시장을 나서는 것밖에 할 수 없었지만요.
결과를 보면... 이그제큐터라는 작품이 오류를 일으켜 철수되었다는 소식을 접하네요. 눈앞에서 보는 것도 아니고 그저 소식입니다. 모 박물관의 화제였던 그 작품이 작동하지 않아 작가와 박물관 측에서 전시 중지를 결정했습니다, 하고요. 시안은 어쩐지 슬픔을 느낍니다. 이그제큐터가 작동을 거부했거나 제멋대로 행동해 혼난 것처럼 느껴져서요. 그에게 어떤 마음이 있었을지 생각하며 아쉬워합니다. 거의 작가에게 메시지라도 보냈을 것 같은 모습이에요. 하지만 이그제큐터는 돌아오지 않아요. 아니면 처음과 같은 모습으로 돌아오겠죠.
그리고 만약, 이후에 시안이 작품이 아닌 인간 이그제큐터를 만난다면, 시안은 이그제큐터를 꽤 좋아한다고 합니다. 적극적으로 그를 알아가고, 함께하려 하고, 좋은 방향으로 노력해요. 그의 마음이 편해지는 환경에 두고 싶어하고요. 아마 어느날 보았던 '이그제큐터'를 떠올리고 겹쳐보는지도 모릅니다.
아래는 해당 타로 커미션 내용으로 구리님께 신청드린 글 커미션입니다.

